난장에서 칼바람에 떨며 지내기를 좋아하는 이가 있으랴
목매 단 채 삭풍에 쩔어
비쩍 말라가는 심정을 생각해보라
한때 살찐 모습으로 바다 헤치며
거칠게 살 때도 있었지
날쌘 지느러미로 촥 촥 촥 물살 가르며
날 찬 새우 희롱하며 놀던 때도 있었지
주름이 늘어 볼품없다고
흰머리 성성타고 무시하지 마라
긴 세월 풍상에 주름진 나무가 단단하듯이
깊고 진한 맛도 세월을 거쳐 나는 것이란다
어릿한 시절 다가가면 젖비린내나 나지
어찌 깊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겠니
내 온몸 쪼글하게 말라 볼품 없지만
풍파를 삼킨 속은 알차게 다져
진하고 구수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걸 알아야지